인간의 욕심과 정신적 굶주림에 관한 게시판 글을 읽으면서 큰 공감을 느낍니다. 글 중에서 평소에도 확실하게 짚고 싶었던 단어가 눈에 띄어서, 그동안 여러 글을 읽으면서 느낀 개인적인 소감을 올려보고 싶습니다.
글 말미에 나오는 "정신적인 굶주림"과 "영적 굶주림"이 같은 의미라는 것은 문장을 읽어보면 금방 눈치챌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문맥을 떠나서 "정신"이라는 말과 "영"이라는 말이 같은 의미로 느낄 수 있는지는 확실치가 않습니다. 아마도 "정신"과 "영"이 다른 의미로 느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정신과 영이 어떻게 다르게 느껴지는가는 사람마다 약간씩 다를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가장 타당하고 정확하게 판단하는 근거가 아마도 한글 사전의 정의가 아닐까 합니다.
한글사전에서 설명된 각 단어의 의미는 아래와 같습니다.
정신(精神) :
1. 육체나 물질에 대립되는 영혼이나 마음. [비슷한 말] 신사 (神思).
2. 사물을 느끼고 생각하며 판단하는 능력. 또는 그런 작용.
3. 마음의 자세나 태도.
4.(주로 일부 명사 뒤에 쓰여) 사물의 근본적인 의의나 목적 또는 이념이나 사상.
5. <철학> 우주의 근원을 이루는 비물질적 실재. 만물의 이성적인 근원력이라고 생각하는 헤겔의 절대적 정신이 대표적이다.
영(靈) :
1. <민속> [같은 말] 신령 (神靈) (무당이 몸주로 받아들인 신).
2. [같은 말] 영혼(靈魂)(1. 죽은 사람의 넋).
여기에서 영(靈)과 영혼을 같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영혼이라고 하는지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영혼(靈魂):
1. 죽은 사람의 넋. [비슷한 말] 영(靈)ㆍ유혼(幽魂)ㆍ혼령ㆍ혼신(魂神).
2. 육체에 깃들어 마음의 작용을 맡고 생명을 부여한다고 여겨지는 비물질적 실체. [비슷한 말] 음영령ㆍ형상령.
3. <가톨릭> 신령하여 불사불멸하는 정신. [비슷한 말] 영신(靈神).
4. <불교> 육체 밖에 따로 있다고 생각되는 정신적 실체. [비슷한 말] 영가(靈駕)ㆍ영각(靈覺).
한국에서 태어나 항상 한국말을 사용하는 사람도 영혼이나 정신이란 말을 들으면, 어떤 사람은 단순히 비물질적 실체로 느끼고 또 어떤 사람은 불사불멸의 어떤 것으로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저마다 느끼는 감정이 약간씩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전의 의미를 종합해 본다면, 정신이라는 단어에는 "영혼, 마음, 판단력, 마음자세, 사상"이라는 느낌이 모두 함축되어 있는 그러한 단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5 가지의 의미가 모두 들어있는 어떤 느낌이 바로 "정신"이기 때문에, 그러한 하나로 혼합된 느낌을 직접 몸으로 느껴보기 전에는 "정신"이라는 단어가 지닌 의미를 정확히 알 수는 없으리라고 봅니다.
그러나 그러한 느낌을 모른다고 해서, "정신"이라는 함축된 의미의 단어를 사용하지 못하고, 사전에서 쪼개서 설명된 것처럼, 문맥에 따라서 "영혼"이나 "마음"이나 "판단력" 혹은 "사상"이라는 말로 그때그때 표현한다면, 이 모든 것이 함축되어 있는 원래의 "정신"이라는 느낌은 영영 전달될 방법은 사라지는 것과 같습니다. "정신"이라는 함축된 의미를 사용한 작가의 생각을 그대로 따르지 못하면, 자신의 한정된 지식으로 작가의 의도가 왜곡될 수 있습니다.
유란시아 책에서 한글 "영(靈)"으로 번역되어 있는 말의 영어 원문은 SPIRIT 입니다.
미국인으로 태어난 것도 아니고, 미국말로 살아온 사람이 아니라서 spirit이라는 단어가 어떤 느낌인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습니다. 또 안다고 해도, 한글도 사람마다 느낌이 다를 수 있는데, 영어 의미를 딱 잘라서 무엇이라고 판단하기도 어려우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한글사전의 "정신"처럼 영어 사전의 "spirit"에도 여러 의미가 설명되어 있으리라 봅니다. 그리고 그 설명된 각각의 모든 의미가 하나로 함축된 어떤 느낌을 전달한다고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함축된 하나의 의미의 영어 SPIRIT에 걸맞은 한글이 어떤 말인지에 상관없이 영어 "SPIRIT"은 분할된 의미로 쪼갤 수 없는, 어떤 하나의 개념을 우리에게 전달하는 말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유란시아 책에서 말하는 SPIRIT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혼령이나 신령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아무리 생각을 확대해도, 유란시아 책에서 말하는 "살아있는 영", "진리의 영", "영성화", 영적 가치", "영적 의미" 에서 사용되는 "영(spirit)"은 살아있는 존재의 일부분으로 느껴질 수 있는 그러한 영입니다. (이것은 지금처럼 SPIRIT을 "영"으로 번역했을 때의 경우입니다.)
물론 "무한 영"이라는 낙원 천국의 하느님이나 "지역우주 어머니 영"이라 지칭할 때의 "영"은 살아있는 존재와 상관없는 전혀 별개 차원으로 볼 수도 있지만, 가장 높은 차원의 "아버지의 영"이 우리 몸 안에 실시간으로 존재한다고 설명하는 것을 보면, 그보다 낮은(?) 무한 영과 지역우주 어머니 영도 우리와 떨어져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북한의 천안함 폭침이 있고나서, 대응차원으로 한미 연합 훈련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신문에 보도된 훈련의 명칭이 "불굴의 의지"였습니다. 유란시아 책에서 "의지는 결코 행동을 대신하지 못한다."는 금쪽같은 명언(?)을 외우고 있던 참이라, 북한의 도전에 한국과 미국이 이렇게 "의지"차원으로 대응한다는 것이 좀 화가 났었습니다. 마치 패배자의 항변처럼 느껴져서, 나도 모르게 자세히 그 내막을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알고 보니, 원래 훈련의 명칭은 "INVINCIBLE SPIRIT"인데 한글로 번역하면서 아주 다른 느낌을 국민들에게 전달한 것 같습니다.
원래의 뜻대로 한다면, "무적 정신" 혹은 "불굴의 정신(혹은 영혼)"입니다. 왜 SPIRIT을 "정신 (영)"으로 하지 않고, "의지"로 번역하여 허약한 느낌을 주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전쟁에 대한 공포심에서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그런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별 생각없이 같은 의미로 이해하고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무적 정신", "불패 정신" 혹은 "불굴의 정신"은 "불굴의 의지"와 많이 다릅니다. 느낌만 다른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이 격동되는 그 정도와 양상도 다르고, 그에 따른 결과도 전혀 다르게 나타납니다. "불패 정신"은 반드시 결과를 이루려는 뚜렷한 목적을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지만, "불굴의 의지"는 당장의 결심과 각오로만 끝날 수가 있습니다. "정신"은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의지"는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영어 어원을 보면, SPIRIT이라는 말에는 "더욱 활발하게 만드는 어떤 에너지와 역동성"이라는 의미가 중심을 이루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이 말을 읽을 때마다 미국사람은 반드시 행동으로 이어지고 실천되는 것을 생생하게 실감하며 받아들이는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에 우리가 단순하게 이해하는 것처럼, SPIRIT을 단지 "영"이나 "의지"나 "마음"이나 "상태"로 해석한다면, 그것은 실제 행동이나 일상의 삶과는 아무 상관 없는 어떤 특별하고 초월적인 생각으로 머물다가 사라질 수 있습니다. 영어의 원래 의미와 많은 차이가 있는 이상한 번역으로 변질될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행동으로 실천되지 못하는 결심이나 꿈은 유란시아 책에서 강조하는 "영적 실체"를 이루는데 아무 도움도 될 수 없다고 봅니다. 한글로 번역된 "영(靈)"이 단순한 영이 아니라, 살아있는 "불사불멸의 정신", 그리고 우리 안에 내재되어 있는 "비물질적 실체"를 모두 나타내는 의미가 동시에 함축되어 있는 말로 점점 확장되어, 영어 원문 "SPIRIT"에 들어있는 실제적이고 생생한 행동과 실천으로 실감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진리의 영"과 "성령"이 우리 몸이나 정신과는 별개로 존재하는 어떤 초월적인 힘이나 실체라는 느낌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우리 몸 안에서 "진리를 깨닫는 정신"이나 "신성한 차원과 닿을 수 있는 정신"으로 실감될 수 있다면 유란시아 책에서 말하는 영적 성취를 위한 삶이 더욱 확장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입니다.
글 140편 5장의 "오직 영에서 가난함을 느끼는 자들만이 언제나 정의에 굶주릴 것이다. 오직 겸손한 자들만이 신성한 권능과 영적 힘을 추구한다."는 말도, 어떤 고귀한 것을 채워보려는 정신적 가난함이 정의를 성취하려는 갈증을 일으키고, 그러한 성취를 달성하려고 신성한 원기와 정신적 힘을 찾게 된다는 진리로 이해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영어 "SPIRIT"을 단순하게 영(靈)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한국 독자들에게는 미국사람들이 느낄 수 있는 어떤 생생한 현실감이 잘 전달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에 오랫동안 살면서 "SPIRIT"에 대한 미국 사람들의 사고 방식과 느낌을 생생하게 실감하고, 또 그들과 함께 생활 속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한국 교민들이 있다면, 한국의 독자에게는 좋은 스승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1-12-22 독자 게시판에서 복사 된 것입니다. ]